횡령한 목회자가 있는 교회에 계속 남아 있어야 할까요
횡령한 목회자가 있는 교회에 계속 남아 있어야 할까요
교회 돈을 횡령한 목사님이 사역을 계속하고 있다면, 성도는 매우 깊은 혼란과 배신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목회자는 말씀을 가르치고 성도들의 신앙을 돌보는 직분을 맡은 사람인데, 교회 공동체의 헌금이나 재정을 사적으로 사용했다면 단순한 실수나 행정 착오를 넘어 신뢰를 무너뜨린 중대한 죄이기 때문입니다.
먼저 분명히 말씀드리면, 성도에게 그 교회에 무조건 남아 있어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교회를 사랑하고 목회자를 위해 기도하는 마음과, 불의와 은폐에 동조하지 않는 일은 서로 다릅니다. 교회에 남을지 떠날지는 신앙의 성숙도를 가르는 시험이 아니라, 진실한 회개와 교회의 정당한 치리가 실제로 이루어지는지를 살피며 책임 있게 결정해야 할 문제입니다.
횡령은 개인의 약점이 아니라 공적 신뢰를 훼손한 죄입니다
성경은 목회자를 비롯한 교회 지도자가 돈을 사랑하지 않고, 책망할 것이 없으며, 외부 사람에게도 선한 증거를 얻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딤전 3:2-3, 7; 딛 1:7). 교회 재정은 목회자의 개인 재산이 아닙니다. 성도들이 하나님께 드린 헌금이며, 가난한 이웃과 선교, 교육, 예배와 공동체를 위하여 맡겨진 거룩한 신탁입니다.
사도 바울도 헌금을 다룰 때 사람 앞에서뿐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도 선한 일을 도모하려 했습니다(고후 8:20-21). 그만큼 교회 재정의 투명성과 정직성은 복음의 신뢰와 연결됩니다. 그러므로 횡령은 단지 돈의 문제가 아니라, 성도들의 헌신과 하나님께 드린 예물을 사적으로 훼손한 죄이며, 목회적 권위를 심각하게 손상시키는 일입니다.
용서와 목회 직분의 회복은 같은 일이 아닙니다
그 목사님이 진심으로 회개한다면 교회는 복음 안에서 용서와 회복의 길을 열어야 합니다. 그 누구도 한 번의 죄로 하나님의 은혜 밖으로 밀려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용서했다고 해서 즉시 목회 직분을 계속 수행하거나 회복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성경적 회개는 눈물이나 사과문만으로 증명되지 않습니다. 죄를 숨기지 않고 사실을 인정하는 일, 피해와 손실을 정확히 밝히는 일, 횡령한 금액을 반환하거나 책임 있게 배상하는 일, 외부의 조사와 교단의 치리를 받는 일, 일정 기간 공적 사역에서 물러나는 일, 그리고 오랜 시간에 걸쳐 삶의 열매로 변화가 확인되는 일이 필요합니다. 세례 요한은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으라고 말했습니다(눅 3:8).
특히 목회 직분은 개인의 권리가 아니라 교회가 맡긴 공적 책임입니다. 목회자의 도덕적 실패가 용서받을 수 있다는 사실과, 그가 계속 강단과 재정을 맡는 것이 적절한가는 별도의 문제입니다. 보수적 장로교 전통에서도 중대한 재정 비리는 당회와 노회 혹은 교단의 정식 치리와 판단을 받아야 할 사안입니다.
교회가 진실하게 다루고 있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계속 남아 있을지를 판단할 때에는 목사님의 말만이 아니라 교회의 대응을 보아야 합니다. 당회와 제직회가 사실을 숨기지 않고 있는지, 재정이 객관적으로 조사되고 있는지, 교단의 치리 절차가 시작되었는지, 재발을 막을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교회가 잘못을 축소하거나, “목사님을 비판하면 하나님을 대적하는 것”처럼 말하거나, 문제를 제기한 성도에게 침묵을 강요한다면 매우 위험한 신호입니다. 목회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죄를 덮는 일은 교회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이 병들게 하는 일입니다. 사랑은 불의를 기뻐하지 않고 진리와 함께 기뻐합니다(고전 13:6).
반대로 교회가 사실을 정직하게 공개하고, 외부 회계 검증과 교단의 판단을 수용하며, 횡령한 목회자를 즉시 재정과 강단의 자리에서 분리하고, 피해 회복과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한다면, 그 교회는 비록 큰 상처를 입었어도 회복의 길로 갈 수 있습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성도는 기도하며 교회를 돕고, 건강한 치리가 세워지도록 함께할 수 있습니다.
떠나는 결정은 배신이 아니라 양심의 선택일 수 있습니다
교회가 죄를 은폐하고, 목회자가 책임을 회피하며, 지도부가 성도들에게 계속 충성을 요구한다면 다른 건강한 교회로 옮기는 것은 죄가 아닙니다. 자신의 신앙과 가정을 보호하고, 자녀가 왜곡된 교회 문화를 배우지 않도록 하는 일도 중요한 책임입니다.
교회를 떠날 때에는 분노로 사람을 정죄하거나 소문을 퍼뜨리는 방식은 피해야 합니다. 사실을 왜곡하지 않고, 필요한 교회 절차와 교단의 통로를 따라 문제를 알리며, 그 공동체를 위한 기도를 멈추지 않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러나 진실을 말하는 것을 험담으로 몰아가서는 안 됩니다. 은폐를 거부하고 정당한 책임을 요구하는 일은 교회를 무너뜨리는 행동이 아니라, 오히려 교회의 거룩함을 지키려는 행동일 수 있습니다.
횡령이 현재 진행 중이거나, 교회 재정이 더 큰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면 당회와 소속 교단에 알리고, 필요하면 법률·회계 전문가 및 관계 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교회의 이름으로 범죄를 덮는 것은 복음의 명예를 지키는 일이 아닙니다.
그리스도는 죄를 덮어 방치하지 않고 회복으로 이끄십니다
성도님께서 붙들어야 할 기준은 목사 개인에 대한 정이나 교회 건물에 대한 애착이 아니라, 그 교회가 그리스도의 말씀 아래 서 있는가입니다. 교회는 죄인이 모인 곳이므로 실패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교회는 죄를 합리화하는 공동체가 아니라, 죄를 고백하고 회개하며 복음으로 새로워지는 공동체여야 합니다.
따라서 “무조건 남아야 한다”거나 “무조건 떠나야 한다”고 한 문장으로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횡령 사실이 분명하다면, 목회자의 진정한 회개와 배상, 공적 사역 중단, 교단의 정당한 치리, 교회의 투명한 재정 회복이 확인되지 않는 한 그 목사님의 사역을 계속 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습니다. 그 과정이 거부되거나 은폐된다면, 평안한 양심으로 다른 건강한 교회를 찾는 것은 충분히 정당한 선택입니다.
교회의 주인은 목회자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람을 무조건 따르지 말고, 상처 속에서도 그리스도의 진리와 거룩함을 따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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